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에게 또 한번의 마술을 선물했다. SEA 대회에서 60년 만에 우승을 안긴 것이 그 선물이다.
베트남 U-22(22세 이하)팀은 12월 10일(이하 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 위치한 리잘 메모리얼 스타디움에서 열린 인도네시아와의 2019 필리핀 ‘동남아시안게임’(SEA)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3-0으로 승리했다. 박항서 감독은 동남아 10개국이 참가하는 SEA게임에서 60년 만에 베트남 첫 우승이라는 역사를 썼다.
월남(South Vietnam)은 1959년 SEA게임 첫 대회에서 우승했다. 그러나, 베트남 통일 이후 이 기록은 언급되지 않는다. 통일 전 월남의 선전이 그 이유다. 베트남은 이 대회와 인연이 없었다. 대회 트로피는 60년간 베트남을 외면했다. 가장 최근 결승전은 2009년으로 10년 전이다. ‘스즈키컵’은 수차례 우승했지만, SEA게임에서는 맥을 못 췄다.
이날 인도네시아와의 결승전에서 박항서 감독은 60년 한풀이에 나섰다. 전반 초반은 인도네시아가 공격을 주도했다. 베트남은 패스 미스가 많았다. 제공권을 가져오기 부족했다.
하지만 전반 39분 찬스가 왔다. 인도네시아 수비수의 파울로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프리킥을 얻었다. 천금 같은 기회. 프리킥 찬스에서 수비수 도안 반 하우(베트남)가 186cm의 피지컬 우위를 선점해 헤딩으로 인도네시아의 골망을 흔들었다. 베트남은 이 골에 힘입어 전반전 종료 결과 1-0으로 앞섰다.
후반전에 들어선 인도네시아는 다리가 풀렸다. 베트남의 공세가 계속됐다. 후반 59분 베트남의 두 번째 득점이 터졌다. 주장 도흥중이 마무리를 지었다. 수비수를 맞고 튀어나온 공이 도흥중 앞으로 굴러왔다. 그는 지체없이 강력한 슈팅을 날렸다. 두 점 차로 격차를 벌렸다.
후반 70분 박항서 감독은 공격수를 빼고 수비수를 투입했다. 인도네시아 코칭스태프는 혼란에 빠졌다. 흥분을 해 심판에게 경고를 받았다.
베트남이 수비를 보강했지만 후반 73분 도안 반 하우가 또다시 골을 넣었다. 인도네시아 페널티박스 오른쪽 외곽지역에서 시작된 프리킥을 골키퍼가 막았지만, 인도네시아 수비수들은 침투한 도안 반 하우를 놓치고 말았다. 금메달을 결정지을 수 있는 치명적인 세 번째 골이였다.
후반 76분 마지막 위기가 찾아왔다. 박항서 감독이 심판에게 항의하다가 퇴장을 당한 것이다. 박항서 감독은 레드카드를 받은 뒤 선수들에게 집중력을 유도하기 위해 심판에게 한번 더 강력하게 어필한 후 관중석으로 올라가서 남은 경기를 지켜봤다.
남은 시간을 잘 버틴 베트남은 인도네시아의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아냈고 결국 3-0으로 경기를 마무리하면서 금메달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