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낼 권한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는 7일 강제징용 노동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소송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개개인의 청구권이 소멸 되거나 포기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소송으로 이를 행사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판결에 대해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피해자들 소송대리인인 강길 변호사는 오늘 1심 판결 직후 취재진에게 "자세한 내용은 판결문을 봐야 하지만 이날 판결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정반대로 배치돼 매우 부당하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배상) 청구권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는 논리적으로 심판 대상으로 적격이 있다는 것인데, 재판부가 양국 간 예민한 사안이라 다르게 판단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피해자들은 강제로 징용돼 임금도 받지 못한 부당한 상황이기에 최소한의 임금과 그에 해당하는 위자료는 배상이 돼야 하고, 한일 관계도 그 같은 기초 위에서 다시 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제 강점기 당시 아버지가 징용으로 끌려갔던 임철호(85) 옹은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며 "나라가 있고 민족이 있으면 이런 수치를 당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임 옹은 선고에 대해 "한심한 결과"라며 "한국 판사와 한국 법원이 맞느냐. 참으로 통탄할 일이고 입을 열어 말을 할 수가 없다"고 가슴을 쳤다.
강제징용 피해자단체 대표 장덕환 씨도 선고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자국민을 보호하지 않는 국가와 정부는 우리에게 필요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장 대표는 법원이 당사자들에게도 제대로 통지하지 않고 오는 10일에서 오늘로 판결 선고를 앞당겼다며 "사전에 연락도 예고도 없이 (선고)하는 이유가 뭔지 알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