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선거관리위원회는 2일 압둘라 압둘라 후보의 결선투표 불참에 따른 대책을 논의한 뒤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카르자이를 당선자로 결정한다고 발표했다.
아지줄라 로딘(Azizullah Lodin) 선관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고 결선투표에 유일하게 남은 하미드 카르자이가 아프간의 선출직 대통령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로딘 위원장은 이어 이번 결정은 아프간 헌법과 선거법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2천만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결선투표 비용과 1명의 후보만 남은 결선투표를 치를 경우 우려되는 정당성 논란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압둘라 후보 측의 파젤 산차라키(Fazel Sancharaki) 대변인은 "선관위의 결정은 아프간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것으로, 결코 아프간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다만 압둘라 후보가 선관위 결정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 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수도 카불에 도착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결선투표를 취소하고 카르자이를 당선자로 확정한 선관위의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카르자이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미국도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관을 통해 "아프간의 개혁과 안보를 위해 앞으로 카르자이 대통령과 함께 일해 나가길 기대한다"는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 8월20일 1차 투표 이후 부정선거 논란으로 얼룩졌던 아프간 대선은 2개월여 만에 일단락됐다.
하지만 압둘라 후보가 부정선거 방지대책을 요구하며 결선투표를 앞두고 돌연 사퇴하면서 카르자이 정권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1차 대선 투표에서는 카르자이가 얻은 300여만표 가운데 3분의1이 무효표로 처리되는 등 엄청난 부정이 저질러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출범하게 될 카르자이 2기 정부에 대한 정당성 논란은 아프간 증파결정을 앞두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2001년 탈레반 정권 붕괴 이후 과도정부 수반으로 최고 권력자가 된 카르자이는 재선이 확정되면서 오는 2014년까지 집권을 이어가게 됐다.
그는 2004년 첫 대통령 선거에서 55%가 넘는 지지율로 초대 민선 대통령에 올랐지만 이후 악화일로를 거듭하는 전쟁상황, 정부 관료들의 부패와 무능 등으로 리더십의 비판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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